서 론:〈흥부전〉은 판소리 12마당 중의 하나인 박타령의 사설이 정착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흥보전〉, 〈놀부전〉, 〈흥보가〉 등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설화, 판소리, 창극, 전래동화, 연극 등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판소리계 소설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구비전승되던 설화적 이야기들이 광대들과 전문적인 창자들에 의해서 판소리로 불리게 되고 이러한 판소리사설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소설로서 정착되고, 널리 읽히게 됨으로써 생성되어졌다. 〈흥부전〉 역시 이러한 발생론적 입장에서 판소리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적층성, 유동성, 독자성의 특질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렇듯 흥부전은 구비문학으로서 유동문학이며 적층문학, 공동문학이기 때문에 개인 창작물에 비해 통일된 의미망의 형성이 어렵다. 즉, 〈흥부전〉은 구비문학적 토양에서 생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문학 전통에서 면면히 흘러 내려온 관습적인 것과 새로운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당대적인 것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작품 내의 구성요소들이 상충하는 정도가 심한 것이다. 그것은 〈흥부전〉이 생성되고 유통되던 시대상황, 즉 중세적 체제와 질서가 붕괴하면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정신적 풍토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러한 특성들은 또 시대에 따라 〈흥부전〉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의 근원설화에 대한 이견과 다수의 이본, 작중인물들의 다면성, 주제의 다양한 해석 등을 야기하는 이유가 된다.
두 주인공인 흥부와 놀부는 당시 서민사회의 일정한 신분적 특징과 유형을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로 나타나 있다.착한 흥부와 심보 고약한 놀부의 대립으로 인식되며, 착한 흥부는 복을 받고, 형제애도 모르고 돈만을 중시 여기는 놀부는 벌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기존해 있는 놀부의 형상은 심술 많고 심보 고약하다는 것이지만 본 논문에서는 현시대 상항에 비루어 놀부의 형상을 긍정적인 면으로 재분석 하려고 한다.
작품에서 흥부와 놀부는 형제라고 하지만 사회적인 처지나 의식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흥부는 먹고 살 길이 없어 빈민으로 품팔이를 하지만, 양반이라고 자처하고 인륜도덕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한다. 의식에서는 양반이고 생활에서는 양반이 아니어서 생기는 갈등을 자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고,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나날이 경험하면서도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사고방식을 조금도 바꾸어 놓지 않으니 어리석기만 하다. 따라서 작품은 흥부를 옹호하면서도 시종 그를 해학적인 인물로 삼고 흥부가 어딘가 좀 부족한 인물이라고 계속 귀띔한다. 흥부의 이러한 형상에는 당시의 급변하는 현실사회에서 몰락한 양반과 현실을 떠난 그러한 의식은 허화한 것이라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이 암시되어 있다.
반면에 놀부는 온갖 수단을 다해 재산을 늘리면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인색한이고 수전노이며 재부를 얻는 일이라면 윤리요, 도덕이요 하는 것을 팽개치는 패덕적이고 파렴치한 인간이다. 이같이 놀부는 상품화폐경제가 날로 장성해 가고 있던 조선조 말엽에 나타난 이기주의 본위의 기형적 성격을 가진 인간들의 전형적 형상이다. 따라서 작품은 재물을 탐내 추악한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재물을 잃게 되는 놀부의 형상을 통하여, 그러한 인간들의 무제한한 탐욕과 극단적 이기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